[2017코리아채리티라이드] 참가자 후기 입상작 2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틀간 530km 가야 하는 긴~~~~여정이다.
자전거길을 이용한 국토종주 루트이다. 지루하면서 힘들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라이딩의 의미는 목적지까지 가는 것도 있겠지만 평소에 신경 쓰지 못했던 주위에 사회적 약자를 한번 생각하게 되고 이런 계기로 나 자신도 많이 바뀌었으면 한다.
11.03
라이딩 전날 밤은 언제나 설렌다.
그리고 이번 채리티 라이드는 이전까지 못 느껴본 설렘이다. 나의 라이딩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웃을 도울 수 있으니깐 숙소도 일주일 전 미리 잡았다.
서울에서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저녁 9시를 훌쩍 지났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내일을 위해 준비도 모두 마쳤다.
저지, 빕, 클리트 슈즈, 헬멧 각종 장비들을 숙소 바닥에 쭉 깔아 놓고 바로 입고 나갈 수 있게 준비를 해둔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릿속은 온통 내일 라이딩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힘들게 잠을 청한다.
11.04 첫째날
매우 추운 날씨다.. 곧 얼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기온이다. 출발 전 기부 라이딩을 위해 쉬고 있는 자전거들
정말 많은 분들이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게 준비 중이다. 여러 팀들이 속속 출발 장소로 모여든다. 출발 전 참여자들을 위해 물, 음료, 간단한 보충식들이 마련되어 있다.
준비가 미쳐 되지 않은 분들에게 와츠 직원분들께서 직접 번호표도 달아주시고 타이어 공기압 체크도 해주신다.
새벽부터 5시부터 출발을 시작했고 준비를 빨리 한 팀들은 더 이른 시간에도 출발할 수 있게 와츠에서 배려해주었다.
어둑어둑한 시간에 우리 팀도 준비를 마치고 아름답고 조용한 낙동강 자전거길을 느끼며 간다.
출발 카메라도 얼었는지 켜지지 않아 난감했는데 해가 뜨고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니 작동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자전거 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새벽이라 조용하고 아늑한 기분 마저 들었다. 사실 출발 전엔 자전거길이 목적지를 향하는 이동 경로 일뿐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갈대와 동트는 새벽의 이미지는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라이딩 중 많은 참가자분들과 마주치고 함께 가며 조금이나마 지루하고 힘든 이번 라이딩에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다. 처음 보는 분들이지만 같은 마음 서로서로 끌어주며 첫날의 목적지인 상주 낙단보로 간다.
뷰가 정말.. 아름답다. 노을 질 때와 해가 뜰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제일 소중한 것들이지 않을까 한다.
풀리에 도깨비 풀 가지를 붙이고 라이딩 합니다.
참가자 슛 커버에 붙은 도깨비 풀을 때 주기도 합니다. 자전거길에 은근히 도깨비 풀이 많았어요. 이렇게 도깨비 풀은 다시 한번 새로운 장소에서 자라나겠죠?
벨리즈 형제도 한국의 자연을 감상합니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벨리즈 형제. 우리나라에서 좋은 추억만 담아 가길 바라봐요. 이분들과 함께 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영광입니다.
하늘과 같은 파란 다리도 지나고
황금빛 들판도 지나고
분위기 있는 갈대밭도 지나
업힐이 나옵니다. 이렇게 카메라 잡을 틈 없이 오르고 또 오릅니다.
자전거길만 타다 보면 업힐이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7~8시간 넘게 안장에 앉아있다 보니 강제적으로 댄싱을 하며 얼얼한 엉덩이를 식혀줍니다.
힘들게 올라간 것만큼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아릅답죠. 산기슭 아래로 보이는 아늑한 마을이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차분함을 가져다줍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점심때가 되었고 근처 마을에 들려 점심을 먹습니다.
벨리즈 형제도 많이 추운가 봐요 저도 너무 추웠어요..ㅋ 여기서 돈가스와 새우볶음밥이지만 새우가 없는 그런 볶음밥을 먹고
조용한 절이 있는 자전거길로 들어섭니다.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은 조용한고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한참동안 절 근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절간을 눈에 담습니다.
또다시 시작된 업힐 부산을 벗어나는 지점에서부터 업힐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업힐 구간들이 나옵니다.
타이어에 낙엽이 밝히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 들립니다.
그렇게 어느덧 대구에 진입합니다. 나의 고향 대구.
마지막 보급은 이렇게 안장 밑에 숨겨..이 뒤로는 사진이 없습니다..ㅋㅋ 어둑어둑해져서 첫째 날 목적지인 상주 낙단보 펜션에 도착합니다.
와츠 직원분들께서 맛있는 뷔페와 마사지, 테이핑 인력도 섭외하셔서 채티리 라이드 참가자분들을 케어해주셨습니다.
4500칼로리를 썼습니다.
다이어트하실 분들은 국토종주를 추천합니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찔거에요.
모두들 각종 기기들을 충전하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몸을 녹였습니다.
어느새 기부를 하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라이딩하는 것이란 걸 잊고 그냥 살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드는 밤이었습니다.
일찍 잠들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내일을 위해 개인정비를 한다고 모두들 자정이 돼서야 겨우 잠듭니다.
11.05 두 번째 날
아침식사로 푸짐하게 준비되었지만 아침이라 많이 먹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먹었습니다..ㅋㅋ
이렇게 또 타기 시작합니다.
가벼운 낙차로 응급치료! 지원!
이때가 점심먹기 한시간 전 쯤이었는데 출발전 못먹은 시리얼,빵,국,밥, 모든게 생각났습니다. 너무 배고팠습니다. 점점 정신을 잃어 갈때쯤
다 타버린 대왕 마시멜로
벨리즈 형제가 갑작스러운 추위 때문에 di2 배터리 방전돼서 인근 마을 자전거 숍에서 충전을 합니다.
엄청 귀엽다
눈봐..
견부부
숍에서 충전을 하는 동안 저희는 점심을 먹습니다. 라이딩엔 역시 간짜장!
그리고 중간 보급기 도착. 점심먹고 얼마 안가서 도착 보급소 이지만 계속해서 입에 뭘 넣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이렇게 또 노을이 지고 어둑어둑해져 갑니다. 이길을 지나다보니 익숙한 팔당댐?! 팔당댐이면 다온거잖아...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부터 한참을 더 갔습니다.
잘 모르겠고..계속 가다 보니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하남 스타필드 와츠에 도착합니다!!!! 먹을 거 먹을 거!
힘겹게 도착한 라이더들을 위해 바나나 초콜릿 말고도 샌드위치, 햄버거, 뭐 아무튼 엄청 많은데 다 먹었습니다.
이번 라이딩으로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라이딩이라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니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주를 하니 혼자였다면 절대 불가능할 도전이었고,
이런 의미 있는 라이딩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생각할 수 있는 행사를 주최해주신 와츠 사이클링에게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라이딩이 많이 생겨나서 주위에 사회적 약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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