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포 호수의 아름다운 배경으로 펼쳐지는 뉴질랜드 대회 참가기 - 바이크매거진 기사제공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 파우포. 오클랜드 공항에서 다시 타우포까지 비행기로 가는 방법이 있지만, 우리의 뉴질랜드 원정대는 차량을 렌트해서 약 4~5시간 가량 오클랜드에서 타우포까지 이동을 하였다. 사이클은 되도록 사이클 가방에 넣어 오는 것이 좋다. 이동이 쉽고 조립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 차량도 필요하다. 사이클 가방이 워낙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운전자의 좌석 방향이 우리나라와 반대이므로 운전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도로 노면 상태도 우리나라에 비해 좋지 않고 회전 교차로 구간이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 비행 시간은 대략 10~11시간 정도 소요되며, 공항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다시 운전 하고 들어가야 해서 이동시간이 꽤 긴 편이지만,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여정이 된다.
아이언맨 선호도 1위, 뉴질랜드
올해로 33번째를 맞이한 뜻깊은 대회다. 2016년 WTC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40개의 IRONMAN 대회에 대해서 선호도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총 5만5천명이 응답한 결과 전체 만족도 1위였다. '켈로그 뉴트리-그레인 아이언맨 뉴질랜드(Kellogg's Nutri-Grain IRONMAN New Zealand)' 대회가 선정되었다. 수영 코스 만족도 공동 6위, 바이크 코스 만족도 공동 6위, 달리기 코스 만족도 4위, 경기 후 시상식 만족도 1위를 기록했다.
<아이언맨 뉴질랜드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대회다.>
수영은 타우포(Taupo) 호수에서 진행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곳이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족의 춤과 노래를 시작으로 시합이 시작됐다. 마오리 족들의 기합과 절도 있는 춤동작은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아이언맨 시합의 그 오랜 역사를 재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선수와 갤러리 모두가 하나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타우포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로 둘레를 도는 도로가 156km로 광활한 크기를 자랑한다. 호수지만 바다 못지 않은 거센 파도가 치는 곳이며 맑고 넓은 호수를 온 몸으로 직접 수영을 하며 느낄 수 있다는 쾌감에 시합 시작 전부터 마음이 설레는 곳이다.
수영 3.8km 후 타우포 호수를 따라 2바퀴의 사이클 코스가 이어진다. 그 후 3바퀴로 이어지는 런 코스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절경에 시합 도중에도 정말 기분이 좋은데, 수많은 갤러리들이 코스를 긴 띠로 에워싼다. 서거나 앉은 채 다양한 방법으로 모든 선수들을 응원한다. 선수들은 그들의 응원을 통해 큰 힘을 발휘한다. 갤러리들은 하와이 월드 챔피언십,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이언맨 시합 등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열정적이다 시합 시작부터 마지막 주자가 도착할 때까지 긴 시간 동안 주로를 지키며 선수들과 함께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열기, 함성 속을 가로 질러 가는 쾌감은 감히 어떤 것과도 비교 할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수많은 갤러리, 그리고 선수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아이언맨을 한다면 반드시 꼭 참가해 보라고 추천하는 시합이다.
<바다처럼 보이는 타우포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언맨 뉴질랜드>
대회 참가, 얼리버드 혜택으로 저렴하게 미리 준비하자
1년간 전세계를 무대로 개최되는 아이언맨 대회는 공식 웹사이트(www.ironman.com)를 통해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각 대회의 시간, 장소, 역사, 코스를 비롯해 참가 신청 등록도 가능하다. 또한 이 사이트에서는 경기 중 선수들의 기록을 실시간으로 갤러리에게 제공한다. 이를 트래커(tracker) 시스템이라 한다. 갤러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와 함께 하는 셈이다.
한편 웹사이트에는 빨강 바탕에 흰색 글자의 ‘register now’가 있다. 참가 신청 접수 기능인데, 얼리버드(Early bird) 가격 할인이 적용돼, 만약 원하는 시합이 있다면 최대한 일찍 등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뉴질랜드 시합을 예로 약1년 전에 등록하면 참가비가 880.20달러, 그 이후로 약30일 전이면 896.40달러, 4월6일부터 2018년 1월까지는 928.80달러, 1월2일부터 전체 품절 될 때까지 977.40달러다. 거의 100달러 가량의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외 시합은 사전에 미리 준비하여 등록하는 것을 권장한다. 한편 뉴질랜드 시합은 뉴질랜드 달러로 결제가 된다. 결제에는 본인명의 신용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2017년 11월10일까지 환불을 요청할 경우 50%를 환불 받으며, 2018년 1월5일까지는 25%, 그 이후는 환불이 불가하다. 환불 받기가 쉽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등록해야 한다.
국내에서 한글로 정보를 얻고 싶은 경우 KTS(Korea Triathlon Service, www.kts.pe.kr)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첫 화면의 오른쪽 하단 부분에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모든 철인 시합이 잘 나열돼 있다. 링크 기능을 통해 참가 신청 접수가 가능하다. 단 로그인 후 확인이 가능하니 회원가입이 필수. 철인3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가입을 권한다.
<대회 개회식>
코스 소개 - 수영
수영 장소인 타우포 호수는 생각보다 물이 차다. 모든 선수가 웻-수트를 착용한다. 호수지만 바다라 느껴질 정도로 넓다. 바람에 따라 큰 파도가 치기 때문에 파도 흐름을 잘 읽고 넘어가야 한다. 수영 후 제1바꿈터까지 달리는 거리가 500m정도로 꽤 멀다. 때문에 수영 후 바꿈터에 이르기까지 체력안배가 필요하다.
코스 소개 - 자전거
도로 노면 상태가 좋지 못하다. 잔돌이 튀기도 한다. 따라서 노면 상태를 이해하고 바이크를 진입하는 것이 좋다. 코스는 타우포 호수 주변의 울창한 나무숲 주변의 도로를 2바퀴 도는 형태다. 코스를 따라 펜스 주변에 수많은 갤러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친다. 특히, 올해 뉴질랜드 시합은 수영 시작부터 바람이 무척 강해 코스별 맞바람 구간에서 속도가 늦춰진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속도 70km/h, 평지 최저속도 17km/h까지 나온 것을 보면, 그 맞바람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언맨 시합 당일의 날씨는 레이스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원하는 성적으로 완주한다면 그만큼 성취감은 더 커진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선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한편 이곳은 자연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며 경기에 임할 때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코스 소개 - 런
마라톤은 공식코스를 3바퀴 달려야 한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손목에 밴드를 색깔 별로 채워준다. 시합 당일, 오전의 제법 거센 바람이 불었는데 오후에도 계속됐다. 이로 인해 달리는 내내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 런 코스의 절반은 타우포 호수 옆을 달리게 되고, 나머지 절반은 작은 마을 사이사이를 뛰는 구간이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집 앞을 선수들이 지나기에 작은 의자 하나와 음식들을 준비해 경기 코스 옆에 모여 앉는다. 그리고는 열심히 응원을 펼치며 세계적인 대회를 구경한다. 그 모습이 마주칠 때마다 정겹다. 선수인 나는 비록 힘들지만, 갤러리들의 힘찬 응원에 절로 힘이 난다.
아이언맨 대회를 위한 준비물
대회를 위해 준비해야 할 준비물은 아래와 같다. 웻-수트, 수영복, 수경, 수영모자(시합 전에 시합용 수영모자를 지급해준다), 바세린(목 주변,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바른다. 웻-수트로 인한 쓸림-찰과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슬리퍼(웻-수트 착용 후 입수 전까지 신을 용도), 철인용 사이클, 헬멧, 선글라스, 사이클 슈즈, 경기복, 배번, 레이스벨트, 모자, 러닝화, 양말, 파워젤 등의 영양공급용 식품이 필요하다.
시합 전 여권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후 물품을 나눠주며 그 물품에는 배번이 있어서 본인의 사이클, 헬멧 등에 부착을 해야 한다. 오른쪽 팔, 종아리 등에도 본인의 배번을 일회용 타투식으로 부착이 가능하게 지급이 된다. 손목에는 본인의 배번이 적혀있는 밴드를 착용하게 되며 이 배번이 있어야만 사이클 검차, 웻-수트 검사 등이 가능하다. 손목밴드는 대회 시상식 때까지 꼭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대회에 등록하려면 웻-수트를 특수물질에 한번 씻어야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는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절대 대회 등록을 할 수가 없다. 뉴질랜드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진행 과정이니 참고할 것.
<웻수트를 준비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호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대회 전 웻수트를 세척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5일 정도 미리 도착하여 준비하면 좋다.
코스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킹-코스(아이언맨 코스)라 불리는 시합에 참가할 경우 시합 일주일 전에 도착해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도착한 날 저녁에 가볍게 러닝과 수영을 하는 것이 좋다. 긴 비행 시간으로 인해 불편했던 자세를 풀기 위한 스트레칭이 된다. 운동은 시차 적응에 도움을 준다. 다음날 아침 수영 스타트 시간인 7시에 맞춰서 수온 체크 겸 수영 훈련을 진행하며 사이클 코스 답사도 이어진다. 코스는 2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1랩 만 체크해도 된다. 시간이 촉박할 때는 자동차를 타고 확인을 하기도 하지만 사이클을 직접 탔을 때와 자동차로 확인할 때는 차이가 있으므로 직접 코스 답사를 해보길 권한다.
본인의 체력과 그 동안의 훈련 기간에 따라 본인이 예상하는 기록이 있다.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체력 안배를 잘 해주는 것이 좋고 한국에서 본인의 시합 때 주로 먹던 음식을 챙겨오는 것을 권한다. 해외에서 보다 빠른 적응을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다. 해외 시합은 시차, 환경 등이 낯설고 긴 비행시간 후 신체 회복 시간도 필요하므로 생각보다 쉽게 지칠 수 있다. 편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하자. 보다 즐겁게 시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3월 첫 시합은 12월부터 한겨울 날씨인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참가가 쉬운 시합은 아니다. 연말 연초를 기해 업무적인 일 외에도 모임이 많아서 훈련을 성실하게 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몸이 받아들이는 피로감이 높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시합을 참가하기로 한 이상 보다 열심히 동계 훈련을 할 수 있으며, 강도 있는 동계 훈련은 시즌 내내 기록적인 향상과 경험에 의한 노하우를 단련시킬 수 있는 철인3종의 가장 핵심적인 훈련이다.
킹-코스와 하프-코스 동시 진행된 아이언맨 뉴질랜드
33번째 운영하는 시합이면서 처음으로 '70.3 아이언맨'이라는 하프 코스가 동시에 진행된 시합이기도 했다. 아이언맨에서는 최근 하프 코스와 킹코스를 같이 진행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코스별로 다양하게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타우포 호수에서는 시합 4~5일 전부터 수영 워밍업을 하는 참가자들이 많아서 따로 수영장을 찾지 않고 훈련이 가능했다. 주최 측에서도 부스와 스타트 장소를 미리 설치해 두어서 훈련하기 좋았다. 10년이나 챔피언을 했던 카메론 브라운이 2위를 하고 신예 아이언맨 여자 프로 선수가 1위를 하는 등 기록적인 변수들도 많았던 대회다. 시합 전 개회식 후 폐회식 세레모니에서는 마오리 족의 공연과 시합 영상 등을 통해 같이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뉴질랜드에서의 시합은 싱그러운 공기와 풀내음으로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노련한 진행과 예의를 지킬 줄 아는 갤러리들, 열정적인 자원 봉사자 분들과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어우러진 멋진 대회였다.
<8시간20분58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Braden Currie.>
오영환 선수의 대회 참가기
벌써 이번 뉴질랜드 시합이 제게는 4번째 참가였습니다. 처음에는 몰라서 어려웠고, 나중에는 알아서 어려웠습니다. 날씨가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되며, 4회 모두 시합 당일 날씨가 너무 달라서 예측이 어려웠죠. 작년에는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시합에 임박해서 도착한 것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무난하게 온 것에 비해 당일 바람이 너무 심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열심히 훈련했던 수영에서 기대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큰 파도를 극복하지 못해 속상했습니다.
사이클에서도 계속 되는 바람으로 목표 시간을 맞출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합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동일한 조건이기에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했습니다. 사이클 구간이 끝나고 런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렇지만 가면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든데 바람이 거세어 마치 비닐 랩을 뚫고 나가야 하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힘들더군요.
작년에 기록 내야 하는 시합을 앞두고 사고를 겪어 제대로 뛰지 못했습니다. 지난 겨울의 한이었습니다. 그래서 동계훈련을 열심히 하며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내게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올해는 10명의 원정단을 구성해 선수4명 가족6명으로 움직였습니다. 함께한 분들과 동고동락하며 보낸 시간은 강한 친밀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원정단을 꾸려서 같이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시합 준비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같이 있으므로 제게 도움을 주시고 의지가 되는 부분도 큽니다. 철인으로 연결돼 한솥밥까지 먹으니 더욱 애틋한 사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국내 철인3종 분야는 현재 성장 중입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해외의 여러 시합을 참가하거나 관전한다면 우리나라 또한 질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해외 시합을 경험하길 기원합니다.
아이언맨 시합은 시합 시작부터 결승선 통과까지 컷-오프가 17시간입니다. 갤러리분들과 자원 봉사자분들, 시합 진행하는 모든 분들은 시합 시작 2~3시간 전부터 나와 모든 준비를 지켜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자가 들어올 때까지 장장 20시간이 넘는 대장정의 여정을 함께합니다. 어느 누구 하나 싫은 기색 없이 진지하고 열정적인, 그리고 밝은 모습으로 함께 합니다. 선수의 가족이나 지인 친구들 외에도 뉴질랜드 타우포 주민들로 구성된 갤러리들은 아주 어린 아이부터 노익장을 과시할만한 호호백발의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지켜 봐줍니다. 물론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성별 인종 또한 다양합니다.
이번 뉴질랜드 시합에서 고령의 할아버지 선수가 참가했습니다. 그가 지날 때마다 풀밭에 앉아있던 갤러리들도 모두 펜스 주변에 모여 그에게 기립박수를 건넸습니다. 레이스를 하던 저도 그분께 경의를 표하며 응원해드렸습니다. 선수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멈추지 않고 정진할 것입니다.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2km를 달리는 이 시합은 도전하는 그 이유만으로도 큰 도전입니다. 인체의 능력과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궁극의 스포츠, 많은 이들이 여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아이언맨이라 부를 만 한 이유가 있습니다. 성적이 전부가 아닙니다. 8시간대의 완주보다 17시간의 완주가 더 대단한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지켜보는 모두는 그 가치를 아는 이들이며, 그들은 존경을 가득 담아 완주하는 마지막 주자를 위해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합니다.
나의 가족이 참여하는 시합에 17시간에 달하는 완주 시간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오로지 눈은 나의 가족이자 참가하는 선수를 향하며 그들의 훈련과 참가에는 각각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모든 갤러리는 처음 보는 낯선 참가자들일지라도 뜻깊은 마음으로 아낌없이 응원을 해줍니다.
제 아내는 제 가족으로, 전담 물리치료사로, 매니저로, 통역관으로, 가이드로 여러 가지 일을 같이 하며 제 모든 시합을 함께 합니다. 시합을 앞두고 선수와 아이들을 챙기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애써주는 아내를 생각하면 더 잘해야 합니다. 아쉬운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울컥하는 상황에서도 괜찮다고 웃어주니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이언맨 프로 선수라고는 하지만 모든 시합을 사비로 참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원정 시합은 드는 돈이 많아 더 기록을 잘 내야 한다는 부담감 큽니다. 그래서 자주 예민해지는 편입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힘들겠지만 즐기면서 뛰어 보자고 말합니다. 알겠다 대답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날씨가, 바람이 어쩜 이리도 심한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9시간33분04초의 기록으로 프로 선수중에 13위를 기록한 오영환 선수>
이번 대회에서 저는 남자 프로 전체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상금이 10위 선수까지 제공돼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세계적인 선수들인 모인 자리에서, 좋지 못한 기상 상태에서 이 성적을 올린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계훈련으로 만든 체력과 신체가 있으니, 올 시즌 중 좋은 성적을 한 번 거둘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최선을 다하여 훈련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정진하고 있으므로, 곧 행운도 깃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합 때마다, 익숙한 곳에서는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습니다. 허나 역시 쉽지 않습니다. 아이언맨은 인생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남녀노소 모든 선수가 동일하게 처한 조건에서 힘든 코스를 완주해야 합니다. 그 완주가 물론 좋은 기록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전진하다 보면 멋진 순간과 조우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아이언맨 오영환입니다.
글. 오영환 선수 (WATTS-SEOUL TRI TEAM)
교정. 이경빈 (WATTS CYCLING)
뉴스 출처. 바이크매거진 (www.bikem.co.kr)
관련 웹사이트. 아이언맨 (ironman.com)